메타인지 꺼도 되는 관계
사람은 역할이 부여되지 않은 집단에 하나는 소속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자기검열 스위치를 꺼도 되는 관계가 하나는 필요하다.
역할이 부여되면 내 행동을 계속 돌아보고 검열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나, 가족에서의 나, 팀에서의 나. 각각 다른 자기감시 채널이 켜져 있음. 관계에서 오는 피로의 정체.
역할 없는 관계에선 그 스위치를 끌 수 있다. 그냥 있어도 되는 자리.
그래서 낯선 사람한테 말하기가 오히려 쉬울 때가 있다. 왜? 아직 역할이 안 붙어서 검열할 대상이 없기 때문. 친밀도가 아니라 역할 부재가 편함을 만든다.
친구 사이라 해도 역할이 부여되면(웃기는 애, 상담해주는 애, 리더 등) 똑같이 피곤해진다. 구체적 관계 종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은 결국 외로워지는 것 같다. 근데 이때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메타인지 꺼도 되는 사람이 없어서 오는 외로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관계든 역할이 자연스레 생겨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역할 없음”은 유지되는 속성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창일 수도 있다. 아니면 관계를 계속 리셋해야 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계속 만들어 나가거나.
Comments